 "의원님, 80만장 다 훑어 보세요"
경북도교육청 3.9t 국감자료 트럭실어 국회보내…복사비만 2천만원
18일 오전 경북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국회의사당으로 가기 위해 화물차에 실려지고 있는 도교육청의 국정감사 서면답변 자료 박스.
경북도교육청과 도내 23개 시·군 교육청 직원들이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이 요청한 자료를 한 달 이상 준비하느라 '파김치'가 됐다. 지난 10월14일 경북도교육청 국감에서 국회 교육사회위원회 소속 최순영(민주노동당)·복기왕 의원(열린우리당)이 요청한 자료는 4년 동안의 관내 시·군 교육청 각종 교육 기자재 및 물품 구입내역 등 5건. 이에 따라 준비한 자료는 492상자, 소요된 A4용지수는 한 의원당 41만여장, 도교육청 보관본까지 합치면 무려 123만여장이다. 총무게는 3.9t, 복사 용지가격만 740여만원, 복사기 토너값은 770여만원, 복사 아르바이트 요원 일급 및 운반비 등 제반 부대경비가 500여만원 등 국감자료 복사 경비만 모두 2천여만원. 도교육청은 18일 오전 트럭으로 국회에 보냈다.
도교육청 측으로서도 이런 일이 처음이어서 복사 과정에 적잖이 고심했고, 한때 자료제출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특히 자료 준비에 애를 먹은 포항교육청은복사 인력이 부족해 일용직 '복사맨' 4명이 추가 투입돼 거의 열흘 이상 복사기를 돌렸고, 자체 복사기가 모자라 임대 복사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다른 시·군 교육청도 사정은 엇비슷했다. 물론 복사를 다했다고 일이 다 끝난 건 아니다. 지난 자료를 일일이 찾아 국감자료 제출 서식별로 분류해 디스켓에 담아야 하는 일도 직원들에게는 '중노동'이었다. 일부 복사 담당 직원들은 "교육청 납품비리의 문제점을 알려고 하면 얼마든지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데, 의원님들께서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처럼 온갖 자료를 다 대령시키는 것 같아 솔직히 맘이 편치 않았다"면서 볼멘소리를 했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어렵게 준비한 자료인 만큼 관련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면서 "하지만 국회의원이 재채기를 하면 일선 공무원은 독감에 걸릴 수 있다는 사정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면서 그간의 고충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2004-11-18 11:51:53 입력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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